우리 모두가 숨 쉬는 것 같은 '적당함'이라는 보이지 않는 속도 제한 장치에 대하여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문득 우리가 얼마나 많은 '합의된 적정선' 안에서 살고 있는지 깨닫곤 해요.
정말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예를 들면 주말 계획을 이야기할 때도 그렇죠.
"너무 거창한 건 부담스럽고, 너무 심심한 건 또 재미없지 않아?" 같은 식의 대화들이 오가잖아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적당함'이라는 공식을 따르도록 훈련받은 것 같아요.
내 의견이 너무 강하면 '너무한다'는 눈빛을 받기 쉽고, 반대로 너무 무미건조하면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고요.
심지어 취미 생활을 이야기할 때도,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취미를 말하면 괜히 '이게 취미야?'라는 식의 의구심을 받기 일쑤고요.
마치 우리 모두가 정해진 각도와 속도에 맞춰 걷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격렬한 감정들이 있더라도, 결국 입 밖으로 내뱉기 직전에 '이건 좀 그렇지 않을까?', '이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라는 필터가 작동하면서 스스로를 검열하게 됩니다.
이 필터는 사실 우리를 보호해주는 안전장치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가장 흥미로운 곳으로 나아가기 전에 붙잡아두는 가장 강력하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요즘 들어 무척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이런 '적당함'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무게를 느끼다 보면, 때로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어요.
내가 정말 즐거운 건지, 아니면 '이 정도는 즐겨야 한다'고 사회가 기대하는 즐거움인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거든요.
어릴 적에는 무모하게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생기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혼자 몰두하고 싶은 깊은 주제들도 있었는데, 막상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 하면 '그래서 이걸로 뭘 하겠다는 거야?'라는 실용성 질문에 부딪히면서 웅크리게 돼요.
결국 가장 편안한, 가장 '무난한' 방향으로 나를 재설정하게 되죠.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나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일종의 '평균값'으로 수렴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가끔은 이 모든 사회적 기대치와 나 자신을 분리해서, 마치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곳에 가서, 가장 날것 그대로의 나를 한번 폭발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게 비현실적일지라도, 그게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갈망 같은 거예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동시에 이 감정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네요.
결국 우리는 모두 '적당함'이라는 이름의 안전지대에서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그 안정이 오히려 우리를 가장 용감하고 빛날 수 있는 곳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장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은, 누군가의 기대치와 나의 본능이 가장 크게 충돌할 때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