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주변기기 고르는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진 것 같지 않나요?
(feat.
사소한 감성의 누적)
요즘 들어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전자기기나 주변기기를 고를 때의 기준이 예전이랑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이 기능이 필요하니까', '이 사양이면 충분하니까'라는 실용주의적인 논리가 전부였어요.
그냥 '작동'만 하면 됐던 거죠.
마우스가 클릭만 되면 됐고, 키보드가 글자만 찍어주면 충분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워낙 많은 종류의 장비들을 접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능'이라는 껍데기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이게 정말 사소한 '느낌'의 축적이라는 말이 딱 와닿아요.
예를 들어, 마우스를 잡았을 때의 그 무게감, 손가락 끝에 닿는 버튼의 재질감, 클릭할 때 나는 '딸깍' 소리의 톤까지요.
이런 것들이 저의 무의식적인 만족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사양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만져봤을 때 '어, 뭔가 아쉽다'라는 느낌이 들면 그냥 넘어가 버리게 됐어요.
마치 좋은 옷을 사도 핏이 조금 안 맞으면 안 입게 되는 것처럼, 이제는 기계적인 만족감보다 사용자의 신체적, 심리적 '조화'가 우선시되는 것 같아요.
이 미묘한 감각의 변곡점을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꽤나 흥미롭고, 때로는 피로감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변화가 단순히 '취향이 변했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깊은 맥락이 있는 것 같아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필요'에 의해 소비했다면, 지금은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감각적 경험'을 구매하는 것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마치 오디오 장비를 고를 때, 단순히 음질 스펙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그 앰프가 가진 특유의 '배경음'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버린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인터넷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최애템'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거기서 '이건 무조건 이거다'라는 강력한 추천을 받으면, 그걸 내 기준에 대입해서 '내 손에, 내 작업 환경에 정말 맞을까?'라는 추가 필터링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끝이 없어서, 가끔은 '내가 지금 장비 하나 사려고 이토록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 자책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까다로워진 기준 덕분에 정말 '나만을 위한' 완벽한 조합을 찾아냈을 때의 만족감은 그 어떤 스펙 시트의 숫자들로도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더라고요.
결국, 이 모든 건 '나 자신'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생긴 일종의 일종의 자기 인식 과정인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단순히 도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그 도구와 함께하는 '나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아티스트가 된 것 같아요.
주변기기 선택의 기준이 '기능적 완벽함'에서 '사용자와의 감각적 공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