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건들, 기능만 잔뜩 달린 게 가끔은 피곤하다는 생각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무언가를 접할 때, 그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 '기능성'에만 맞춰져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예를 들어, 최신 전자기기나 앱들을 보면요, '이거 기능이 몇 가지나야 괜찮은 거야?', '최소한 이 버튼은 있어야 하고, 저 인터페이스도 갖춰야 한다'는 식의 경쟁이 너무 심해요.
마치 사물들이 자기 존재 이유를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가'로 증명해야만 하는 숙제라도 받은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랬거든요.
남들이 다 가진 최신 기능을 따라가야 이 물건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았고, 정보의 양이 곧 지식의 깊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죠.
문제는 그 기능들이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뭘 제대로 써야 할지 감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수많은 버튼과 복잡하게 얽힌 메뉴들 속에서, 정작 내가 가장 필요했던 단순한 '본질의 맛'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가 싶어 왠지 모를 피로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깊이'에 눈을 돌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비싼 스펙표를 자랑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그 결이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예전부터 쓰던 낡은 만년필 같은 게 있어요.
디자인이 화려하지도 않고, 요즘 나오는 디지털 펜처럼 만능은 아니지만, 그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만들어내는 특유의 먹먹한 느낌, 그 잉크가 종이의 섬유질과 만나 일으키는 미묘한 마찰감 같은 것들.
그런 '결' 같은 게 있잖아요.
그 결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집중력과 기다림이라는 시간적 투자가 필요하죠.
혹은 요즘 유행하는 '느린 취미'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주말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에 끌려다니다가도, 결국은 손으로 직접 뭔가 깎거나, 오래된 LP판을 들으며 앨범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행위 같은 것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거든요.
결국 사물의 가치란, 단순히 '이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기능 목록을 나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물이나 경험이 사용자에게 어떤 종류의 시간과 감각적 경험을 새겨 넣을 수 있는가, 즉 그 안에 녹아 있는 '깊은 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복잡한 세상일수록,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것들에서 진짜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복잡한 기능의 집합체가 아닌, 시간을 견디게 하는 깊은 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