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며 문득 느끼는, 내가 물건을 사는 기준이 달라진 것 같은 기분
문득, 제 소비 습관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아마 저만 이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때를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산다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성취'처럼 느껴졌거든요.
최신형 전자기기를 갖추는 것,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메는 것, 혹은 거실 한쪽에 획일적으로 배치된 '인테리어 소품'들이 그 시절의 소비 기준을 대변했던 것 같아요.
그 물건들이 곧 나라는 사람의 가치나 현재의 위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거죠.
남들이 가진 것을 따라 사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 즉 '소유'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가장 큰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물건을 많이 쌓아둘수록 오히려 생활 공간은 답답해지고, 그 물건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시간적, 정신적 에너지가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나를 꾸미는 데 쓰던 에너지를,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요즘은 그 '소유의 무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걸 사면 나도 저렇게 될 거야'라는 일종의 롤모델에 기반해 소비했다면, 이제는 '이 경험을 하면 나에게 어떤 맥락적 의미가 생길까?'를 먼저 따지게 됐어요.
예를 들어, 예전 같았으면 그냥 예쁘다고 해서 비싼 카메라를 샀을 텐데, 지금은 '이 카메라로 어떤 장르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물건이 나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이나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서사(Narrative)'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비싼 구독 서비스나 단기적인 워크숍, 혹은 특정 테마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 같은 '경험'에 돈을 쓰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물건처럼 먼지 쌓일 염려가 없고, 그 순간의 감정이나 지식이라는 형태로 나에게 남기 때문일까요.
혹은, 물건 자체의 가치보다는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나를 가두어 두는 시간'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소비의 기준점이 '이게 얼마나 비싸고 크냐(Scale)'에서 '이게 나에게 어떤 맥락적 의미와 연결점이 생기느냐(Context)'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크게 와닿는 지점이에요.
단순히 예뻐서, 혹은 남들이 좋다고 해서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현재 관심사와 미래의 나 자신이 만들어갈 그림에 '이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 같아요.
이 과정이 때로는 '이게 진짜 나를 위한 소비일까?'라는 자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충동구매를 할 때의 그 짜릿함이 예전만 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은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변화가 나를 좀 더 가볍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게 만들어 준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물건을 채우기보다, 나라는 사람의 경험과 이야기에 맞는 '빈 공간'을 채우는 소비를 지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