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 보면, 다들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느끼는 감정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비슷한 지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요.
다들 자기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꺼내놓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누가 승진했다거나, 해외에서 멋진 경험을 했다거나, 혹은 연애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죠.
물론 그런 성취들이 정말 축하할 일이고, 그걸 공유하는 과정 자체도 즐겁지만, 문득문득 그 이야기들의 '편집된 하이라이트'를 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마치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서로가 가장 멋진 장면들만 골라서 보여주는 것만 같달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의 다음 장면은 뭘까?'라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설정해 놓은 일종의 성공의 궤도나, 혹은 사회가 기대하는 '적정 속도' 같은 게 있다는 걸 무의식중에 측정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는 직장 동료와 대화하다가, "너는 벌써 이 정도는 해봤지?"라는 식의 비교 뉘앙스가 은근하게 느껴졌을 때, 문득 내가 지금 이 속도로 괜찮은 건지, 내가 정말 이 방향으로 가도 괜찮은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이 조급함이 어쩌면 가장 큰 피로감의 원인인가 싶기도 하고요.
결국 이런 대화를 거듭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외부의 기준이나 타인의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을 인정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요.
'나만의 속도'라는 게 막 거창한 목표 달성 속도를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오늘 오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햇볕 좋은 창가에 앉아 멍하니 지나가는 구름의 모양을 관찰하는 시간 같은, '아무 목적이 없는 시간'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이 시간 동안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
그게 주는 해방감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날 때도 예전처럼 정신없이 다음 할 일을 계획하며 대화하기보다, 그냥 상대방의 눈을 깊이 바라보면서 오늘 들었던 사소한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려고 애썼거든요.
그랬더니, 오히려 저도 모르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제가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결국 가장 단단한 연결고리는, 내가 나 자신에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순간들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결국,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 오늘 나 자신에게 가장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것이 진정한 연결의 시작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