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날에도 묘하게 붙잡고 가게 되는, 나만의 사소한 의식들 요즘 들어 부쩍 '에너지 고갈'이라는 단어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기분이다.

    지친 날에도 묘하게 붙잡고 가게 되는, 나만의 사소한 의식들
    요즘 들어 부쩍 '에너지 고갈'이라는 단어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기분이다.

    몸이 무겁다기보다는, 뇌가 작동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배터리 방전 경고음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많다.
    뭘 해도 효율이 떨어지고, 아침에 눈을 떠서 책상 앞에 앉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지력을 소모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날에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이나, '이 루틴을 지켜야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죄책감 같은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

    솔직히 말하면, 이럴 때 루틴을 지키는 건 마치 운동선수가 훈련을 하는 것처럼 '성취'를 위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마치 비행기가 비행 경로를 이탈하지 않으려고 자동 항법 장치가 계속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의식적으로 '이걸 해야 해'라고 다짐하기보다는, 그저 '안 하면 왠지 모르게 텅 빈 느낌'을 막기 위해 몸이 기억하고 끌고 가는 최소한의 동작들이랄까.

    이런 루틴들의 목적을 '성과 달성'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서 오히려 지치게 된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그 후에 딱 15분만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의 나무들이 햇빛에 비치는 각도를 관찰하는 것이 나의 작은 의식이었다.

    그 차가 반드시 허브티일 필요도 없고, 창가 자리가 최고인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순서'와 '시간의 길이'가 일정해야만, 뇌가 잠시 '오늘은 괜찮아, 아직 시스템이 완전히 다운된 건 아니구나'라고 안도하는 느낌이다.

    일주일 중 가장 지독하게 무기력했던 날에도, 이 루틴만은 억지로라도 유지하려고 애쓴다.
    이 행위 자체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시스템 점검 보고서' 같은 것이다.
    '봐, 나 오늘 이 정도는 해냈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어.'라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다.
    이 루틴들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오늘 하루의 나를 '정상 범위' 안에 머무르게 해주는, 아주 작고 부드러운 경계선 같은 역할을 하는 거겠지.

    결국, 우리가 지쳐서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순간에 붙잡고 가는 소소한 의식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현재의 나'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최소한의 생명 유지 장치와 같다.
    우리가 지키는 소소한 루틴의 진정한 가치는 성과가 아닌, 일상을 유지하는 그 자체의 안정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