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생겨버린, 나만의 데이터 수집 습관들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하는 출근길이나 등굣길 같은 일상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 뇌에게 아주 거대한 '데이터 로깅(Data Logging)' 훈련장인 건 아닐까 싶어요.
아침 7시 40분차 지하철에 몸을 싣고, 똑같은 좌석에 기대어 전철의 규칙적인 진동 소리를 들으며, 심지어 옆 사람이 코를 곤지까지도 일종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돼요.
처음에는 그냥 '지루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치부했는데, 깊이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한 지루함의 산물이 아니라, 뇌가 '이 환경에서 생존하고 다음 스케줄을 짜야 한다'는 생존 모드에 돌입하면서 스스로 작동시키는 일종의 효율화 알고리즘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특정 역에 도착하면 반드시 3초 안에 이 문이 열리고, 다음 역에 도착하면 이만큼의 간격으로 기차가 멈춘다는 것.
이 모든 예측 가능한 변수들—빛의 각도,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최적의 동선, 심지어 특정 시간대의 광고판에 붙어 있는 낙서의 패턴까지—을 무의식적으로 스캔하고, '이건 늘 이렇게 돌아왔지'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자동 저장하는 거예요.
처음엔 이 과정이 나 자신을 좀 피곤하게 하기도 했어요.
너무 많은 것을 관찰하느라, 정작 그 순간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오늘 하루는 어떨까?' 같은 감정적인 교류를 할 여유가 없었던 거죠.
이런 습관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루틴 시나리오'가 생겨버리거든요.
마치 내가 이 지하철 노선도와 이 동네의 시간표를 완벽하게 외운 사람처럼 말이에요.
만약 오늘따라 지하철이 평소보다 5분이나 지연되거나, 평소에 내가 절대 지나치지 않던 골목길에서 예상치 못한 공사 현장을 마주치면, 뇌가 순간적으로 '에러(Error)'를 띄우는 느낌을 받아요.
'어?
이 패턴은 내가 저장한 데이터베이스에 없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됐지?' 하면서요.
이 미세한 불일치함이 주는 당혹감은 꽤 크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요즘 출퇴근길에 '예측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습관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이 반복되는 패턴을 '나의 일상'이라고 정의하며 너무 안주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최근에는 일부러 이 패턴을 깨는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오늘은 평소 안 가던 버스 노선을 타보거나, 늘 앉던 자리 대신 서서 가보거나, 심지어는 평소에 무시하고 지나치던 작은 가게의 간판을 유심히 읽어보는 식이에요.
이렇게 의식적으로 '데이터 수집'의 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니, 뇌가 다시 한번 신선한 자극을 받으면서, 그동안 내가 놓치고 지나쳤던 주변의 '의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기분이랄까요.
우리가 반복하는 일상은 뇌가 가장 효율적인 생존 매뉴얼을 짜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의 무의식적 패턴 인식은 사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짜 놓은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생존 매뉴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