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거 정말 필요해서 샀나?' 자문하게 되는 소비의 경계선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내가 지금 지갑을 열고 사려는 물건이나 경험들이 과연 나에게 '필수적'인 건지, 아니면 그저 남들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설정해 놓은 무언가의 연장선상에 놓인 건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소비라는 행위가 비교적 단순했었잖아요.
정말 배가 고프면 밥을 사 먹고, 정말 공부가 필요하면 책을 사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추천'과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보니, 무엇이 진짜 나를 위한 소비인지, 아니면 그저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무대 장치 같은 소비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다들 쓰는 비싼 브랜드의 텀블러나,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뭔가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 여행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처음엔 '이게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그걸 다 갖추고 나니 오히려 나 자신을 채우기보다, 마치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일종의 증명서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흐름을 관통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마도 '타인과의 비교'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 구조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극대화된 건 아닐까 싶어요.
SNS를 열어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가장 빛나고 완벽한 순간들만 모여서 나에게 들이밀어지잖아요.
그 완벽한 순간들 속에는 '이런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해'라는 무언의 압박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도 저 정도는 누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당장 급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비싼 전자기기를 사거나, 평소라면 망설였을 만한 '가심비'라는 이름의 소비를 하게 되는 거죠.
문득 멈춰 서서 '내가 지금 이 물건을 갖고 싶어서 사는 건가, 아니면 남들이 나한테 '이걸 가져야 네가 완성될 거야'라고 속삭여서 사는 건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자기 점검의 과정 자체가 요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소비 활동이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소비란 돈을 쓰는 행위 그 자체라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정의하고 싶은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선언이 정말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시선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를 분별하는 능력이 요즘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 기술이 된 것 같아요.
이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우리는 소비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소비의 순간에 멈춰 서서 '이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를 되묻는 것이 가장 값비싼 소비 습관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