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편안한 순간이란, 기록되지 않은 무관심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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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상태일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신경은 늘 어떤 종류의 정보에 과부하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출퇴근길의 지하철 소음, 사무실의 형광등이 내는 미세한 '웅-'하는 백색 소음, 심지어 옆자리 동료가 무심코 툭 치는 펜 소리까지.
이런 사소한 감각들이 모여서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어느 순간에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잡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저는 이 모든 자극들을 '데이터'로 취급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 소리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이걸 기록해야 할지, 아니면 무시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판단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거죠.
그래서인지,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피곤함이 극에 달했을 때,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엄청나게 부각돼요.
예를 들어,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길가에 핀 작은 잡초의 색감이나,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둘기 떼의 각진 움직임 같은 것들이요.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하고, 너무나 '있어 보여서' 오히려 피로감을 주는 기묘한 현상에 빠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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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가장 안식처가란, 어쩌면 이런 '데이터 포착' 시도가 완전히 멈춘 상태 아닐까 싶어요.
마치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순간의 영역 같은 거죠.
스마트폰으로 순간을 담아내고, 누군가에게 공유하며, 그 순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요즘의 기본값이 된 것 같은데, 그 과정 자체가 일종의 '과잉 해석'이 아닐까 자문해보게 되더라고요.
진정한 평온함이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그 자체로 완결된 순간의 흐름 속에 머무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텅 빈 캔버스 앞에 서서,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 같은 거예요.
계획도 없고,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도 않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하이라이트'를 찍을 필요도 없는 시간 말이에요.
그저 배경 소음에 나 자신을 맡기고, 아무런 판단이나 해석 없이 그저 '존재'하는 그 지점이, 가장 방해받지 않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아닐까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진정한 휴식은 무언가를 기록하거나 해석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에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