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 이 애매한 피로감 아는 사람?
요즘 들어 부쩍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는 날이 많다.
딱히 밤샘을 하거나 몸을 혹사시킨 건 아닌데, 하루 종일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배터리가 방전된 기분이랄까.
회사에 출근해서도, 혹은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하거나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도, 왠지 모르게 뇌가 안개가 낀 것 같다.
마치 고성능 컴퓨터를 돌리는데, 백그라운드에서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돌아가면서 열만 내뿜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데, 그게 육체적인 고통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끈적함'에 가깝다.
사람들은 보통 피로를 '잠이 부족해서'라고 정의하지만, 내가 느끼는 건 그런 단순한 수면 부족과는 결이가 다르다.
끊임없이 타인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거나,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최적의 답을 골라내야 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에너지를 소모해서, 어느 순간 내가 뭘 위해 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는지조차 희미해져 버린다.
이 애매한 피로감이라는 게, 사실은 '나 자신'에게 질문할 시간이 부족해서 오는 일종의 정신적 과부하 상태인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건 아닐까.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혹은 단순히 주어진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계속 움직여왔다.
그런데 가끔은 그 모든 생산성이라는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그냥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
그저 바람이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것.
혹은 의미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비생산적인 활동'들이 오히려 나를 재부팅시키는 느낌을 준다.
무언가를 성과로 연결시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그 순간의 감각이나 감정의 흐름 자체를 온전히 경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럴 때 비로소 내가 정말로 뭘 원했는지, 뭘 느끼고 싶었는지에 대한 아주 작은 신호들이 희미하게나마 잡히는 것 같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했는가'보다 '어떻게 느꼈는가'에 집중해보는 하루가 필요하다.
때로는 무언가를 성과로 만들기보다, 그저 현재의 감각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 가장 큰 에너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