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쉬고 싶다'는 말이 가장 솔직한 감정일 때, 현대인의 만성 피로에 대하여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느끼는 감정이라, 아마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몸이 아파서 쉬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에너지가 바닥나서, 하루 종일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기분이랄까요.
회사에 앉아있어도, 눈앞의 모니터가 흐릿하게 아른거리거나, 회의실에 앉아 상사들이 주고받는 전문 용어들이 마치 외국어처럼 귓가에 맴돌기만 합니다.
마치 배터리가 5% 남은 스마트폰처럼,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순간이 오면, 갑자기 모든 회로가 멈춰버리는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이 정도는 버텨야지', '내가 만만해 보여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니까' 같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거든요.
억지로 커피를 세 잔씩 마셔가며, 카페인으로 뇌를 억지로 각성시키는 생활을 반복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노력 자체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피로는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 오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어딘가에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내면의 강박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 마찰열 같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에 놓이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거창한 목표나 거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간절히 찾게 되더라고요.
이 '아무것도 안 하기'가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려고 노력할 때조차, 죄책감 같은 게 따라붙어요.
'이 시간에 뭐라도 보고 배워야 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내일이 편한데' 같은 목소리가 속삭이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의도적으로 '멍 때리기'를 연습하곤 해요.
정말 아무 목적 없이 창밖의 나무 가지나, 벽에 걸린 액자 구석의 작은 균열 같은 걸 멍하니 바라보는 거예요.
누가 보면 게으른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짧은 순간 동안은 '성과'라는 잣대에서 나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연습이 됩니다.
이런 비생산적인 시간을 허락하는 것, 즉 '쉬어도 괜찮다'는 스스로에게 주는 허락이, 오히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아주 작은 동력원이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가장 필요했던 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내가 지금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인정해주는 시간이었던 거죠.
결국, 가장 먼저 허락해야 할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잠시 멈춰 쉴 수 있는 '무위(無爲)의 시간'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보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