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그 과정의 짜릿한 재미에 대하여
솔직히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뭔가 하나를 깊이 파고들거나, 혹은 취미를 갖거나, 심지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까지도 너무 '완벽해지려고' 애쓰다 보니, 정작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오던 예측 불가능한 재미 같은 건 어디로 증발해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요.
예전에는 뭔가 엉성해도 좋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처음 그림을 배울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삐뚤빼뚤하고, 색 조합도 어색하고, 심지어는 '이건 망했다' 싶을 정도의 초보적인 결과물들이 오히려 가장 재미있었어요.
그런 '망함'의 단계들이 있었기에, 나중에 뭔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이 배가 됐던 것 같아요.
마치 초보 시절의 엉망진창 스케치북들을 모아놓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랄까요?
지금은 너무나도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졌고, '최적의 방법론'이라는 게 정립되다 보니, 모든 과정이 마치 매뉴얼대로만 진행되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돼요.
모든 것이 효율적이고, 논리적이고, 실패할 여지가 없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 완벽한 효율성이라는 것이 가끔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즐거웠던 '실수'의 공간을 덮어버리는 것 같아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기술적인 부분에서 보면 더 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예전에는 뭔가 비효율적이어도 '이게 재밌잖아?' 싶은 아날로그적인 재미가 있었잖아요.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빛의 양, 필름의 감도, 심지어 날씨까지도 계산해야 했지만, 그 계산 과정 자체가 일종의 '놀이'였거든요.
필름 한 통이 끝나면 뭘 할지, 어떤 톤을 잡을지 고민하는 그 시간이 굉장히 창의적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도 즉각적이고, 완벽하게 보정된 결과물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고민하는 즐거움' 자체가 희소해진 건 아닌가 싶어요.
모든 과정이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지다 보니, 오히려 '일부러 엉망으로 만들어보는' 시도가 사라진 것 같달까요?
마치 너무 완벽한 알고리즘이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들면서, 인간의 본능적인 '실수'와 '변수'가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로 향해가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비효율적이지만 그래서 더 생생했던 '과정 자체의 에너지' 같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함이라는 목표를 좇기보다, 불완전함이 주는 예측 불가능한 과정의 재미를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