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게 쓰는 요즘 디지털 생활 근황

    디지털 속에서 길을 잃은 '나'의 기록 찾기, 요즘 문득 드는 생각들**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우리가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과해진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어보면, 어제 점심에 찍은 사진 몇 장부터, 주말에 갔던 카페의 인테리어 구석구석까지, 마치 내가 겪은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데이터베이스화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물론 사진이나 메모 앱에 무언가를 남기는 게 삶의 증거가 되는 건 맞죠.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여행지 사진을 올리거나, 오늘 먹은 맛집의 메뉴판 사진을 찍어 백업하는 것도 일종의 '기록'이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수많은 '정리된' 기록들이 모여도, 그 순간 그 자리에 실제로 존재했던 '공기'나 '온도', 심지어 그날의 기분 좋은 배경 소음 같은 건 절대 담아낼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완벽하게 포장하려다 보니, 오히려 그 순간의 생생함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마치 영화의 스틸컷만 모아놓은 것 같달까요?

    너무 정제되어 있어서, 막상 그 사진을 다시 보면 ‘아, 그때 참 좋았지’라는 막연한 기분만 남아있을 뿐, 그 ‘좋았던 느낌’ 자체가 재현되진 않는 느낌이랄까요.
    이 디지털 기록의 홍수 속에서, 나는 뭘 붙잡아야 할지 잠시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기도 하고요.

    결국 가장 잘 정리되고 나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라는 건, 아마도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닐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느낌'을 기록하려는 엉뚱한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어제 비가 오던 오후에 창가에 기대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문득 '평화롭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이걸 그냥 '비 오는 오후'라고 적는 대신, '창문에 맺힌 물방울들이 빗소리를 증폭시켜서,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몽글몽글한 평화로움'이라고 풀어쓰는 거죠.
    이렇게 감각적이고 모호한 단어들로 채워 넣으려 애쓰다 보니, 오히려 제가 그날 느꼈던 감정의 궤적을 더 깊이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누가 보더라도 '이게 무슨 글이야?' 싶을 정도로 비문이 많고 장황할지라도, 나 자신에게는 그 순간의 감정적 온도계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은 마치 나 자신에게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감정의 색깔을 느끼고 있는가?'를 묻는 일과 같아서, 오히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사소한 '느낌' 하나를 붙잡아두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정신적 보존 활동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완벽한 기록보다, 나만의 언어로 포착한 모호하고 주관적인 '느낌'이 가장 진실한 나를 되찾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