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에 지쳐서, 문득 '경험'이라는 게 진짜 나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 들어 곰곰이 생각할수록, 예전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이라는 것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아요.
대학 간판, 자격증 개수, 혹은 화려하게 나열된 프로젝트 목록 같은 것들이 마치 인생의 성공 공식인 양 착각했었죠.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이걸 했으니 저것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식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썼어요.
취업 준비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그거였거든요.
'이 학벌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고, 이 경력이라면 무조건 이 포지션이 가능해.' 이런 말들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막상 그 모든 조건들을 갖추고 막상 현장에 뛰어들어보니, 그 견고해 보이던 성벽들이 생각보다 훨씬 허술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가장 큰 허점은, 그 모든 조건들을 연결하는 '나만의 색깔'이나 '진짜 생존력' 같은 게 빠져있었다는 거였죠.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머릿속에 채워 넣는 과정은 마치 빈 그릇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이는 것 같았어요.
예쁘긴 한데, 막상 그 그릇을 들고 세상을 만나보니 금방 깨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래서 뭘 했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감각을 얻었는지'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두게 된 것 같아요.
이 '경험'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막연해서 처음엔 저도 헷갈렸어요.
단순히 '여행을 많이 했다'거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추상적인 경험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실패를 겪고 그것을 수습해낸 과정' 같은 고통스러운 시간까지 포함하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진정한 경험이란 완벽하게 포장된 성공담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 나를 어떻게 재조립해 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거나, 핵심 파트너가 갑자기 이탈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이럴 때 '내가 이전에 배웠던 이론 지식'이 빛을 발하기보다는, '이전의 그 난관을 함께 헤쳐나갔던 동료와의 신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던 그 순간의 용기' 같은 것들이 진짜 발목을 잡아주더라고요.
결국 스펙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범위를 넓혀준다면, 경험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심지(芯地)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회복탄력성' 같은 무형의 자산에 더 가치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삶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난관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감각을 익혔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