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 쌓기 지겨울 때, 문득 느끼는 '경험의 질적 이동 경로'의 무게감 어릴 때만 해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마치 레고 블록을 쌓는 과정 같았어요.

    스펙 쌓기 지겨울 때, 문득 느끼는 '경험의 질적 이동 경로'의 무게감
    어릴 때만 해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마치 레고 블록을 쌓는 과정 같았어요.

    여기 이 자격증, 저기 이 인턴 경험, 또 다른 어학 점수까지.

    이 블록들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높은 탑처럼 쌓느냐가 곧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였죠.
    남들보다 더 많은 블록을 가지고 있으면, ‘나도 이 정도는 했구나’라는 일종의 안도감과 우월감이 따라왔으니까요.

    취업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스펙이라는 외피를 두껍게 입히려고 애쓰게 되고, 우리 스스로도 그 속도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졸업장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 과정에 담긴 감정이나 배움의 깊이는 잠시 미뤄두고 ‘최종 점수’에만 집착했던 시기가 길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이렇게 쌓아 올린 블록들 사이의 틈이나, 어떤 블록이 왜 그 자리에 놓이게 되었는지 그 '이유의 사슬'을 따라가 보는 게 훨씬 더 흥미롭더라고요.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의 나열보다는, '왜 그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거죠.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더 짙어지면서, 저는 제가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A라는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사실 자체가 끝이었는데, 이제는 'A라는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실 나는 원래 B라는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이 경험을 통해 그 문제에 접근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발견했다'는 식의 설명이 필요해졌어요.
    이 '새로운 관점'을 찾아가는 과정, 그러니까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이기도 하고, 기대했던 결과가 좌절되기도 했던 그 '이동 경로' 자체가 나라는 사람의 진짜 재료가 된 거죠.

    예를 들어, 원래 IT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잠시 공예 쪽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했잖아요?
    전에는 '분야가 엉뚱해서 스펙에 공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손끝의 감각과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느꼈던 '몰입의 리듬'이 오히려 복잡한 코딩 작업에서 놓치기 쉬운 인간적인 디테일을 발견하는 데 큰 영감을 주더라고요.

    결국, 우리는 완벽하게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그 굴곡진 움직임 자체가 나만의 고유한 지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정답을 찾아가는 직선적인 성공 공식보다는, 수많은 우회로와 예상치 못한 샛길들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탐험가들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단순히 많이 쌓아 올린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사고의 전환이 나라는 사람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