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제 주변기기 취향이 이상하게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제 생활 전반에 걸쳐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게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수준을 넘어, 생각의 습관이나 루틴까지 재정비하는 느낌이랄까요.
예전 같았으면 '이거 하나 더 사면 내 작업 환경이 훨씬 좋아질 거야', '이 기능이 있으면 나만 아는 효율적인 방법일 거야'라며 끝도 없이 주변기기들을 모았었거든요.
마우스 하나 사도 게이밍용, 디자인용, 인체공학용 등 종류별로 3~4개씩 구비해두는 게 일종의 '준비된 삶'이라고 착각했었나 봐요.
책상 위를 보면 제 취향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박물관 같았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그게 '축적된 필요'의 증거일 뿐, 실질적인 만족도는 별로 아니더라고요.
이런 과잉 상태를 경험하면서 깨달은 게, 진짜 '좋은 것'이란 건 스펙의 집합체가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키보드를 고를 때도 예전에는 '반응 속도'나 '키 배열의 종류' 같은 기술적인 사양에 지나치게 집착했어요.
물론 성능도 중요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손끝에 닿는 감촉'이나 '타건할 때 나는 소리의 리듬' 같은, 지극히 감각적인 부분에 마음이 꽂히더라고요.
마치 오래된 LP판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질감처럼, 완벽하게 매끈하기만 한 것보다는 약간의 '개성 있는 결함'이 오히려 정착하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 제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이 주변기기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제가 즐겨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짤 때도, 주말에 가보려고 찜해둔 장소 리스트를 짤 때도 똑같이 적용돼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라는 지점이 생기면서 삶의 전반적인 여백이 생기는 기분이랄까요.
결국 이 모든 변화의 밑바탕에는 '과잉으로부터의 해방감'이 깔려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무언가를 많이 소유하는 것이 곧 나를 많이 증명하는 것처럼 생각했었어요.
마치 '내가 이만큼 많은 장비를 갖추었으니, 나는 이만큼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설득시키던 거죠.
하지만 그 많은 장비들을 실제로 사용해보니, 결국 가장 많이 쓰이는 건 '가장 나에게 편안한, 가장 본질적인' 몇 가지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장비를 고를 때도, '이걸 사면 내가 어떤 불편함이 사라질까?'라는 질문을 던져요.
그 불편함이 정말 '나의 일상'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 더 가져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불안감'에서 오는 것인지를 분별하는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진정한 만족감은 더 많은 기능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꼭 맞는 본질적인 경험을 발견하는 데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