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뭘 해도 '기록'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서 잠시 벗어나기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살다 보니, '경험' 자체보다도 그 '경험을 남기는 과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남들이 보기 좋게 편집된 완벽한 순간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나 역시도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에 시달리잖아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정말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순간도, '아, 이거 예쁘게 찍어야 하는데', '이 각도가 제일 좋을 텐데'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면서, 정작 그 순간의 대화의 흐름이나 주변의 따뜻한 공기 같은 것들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해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일종의 '콘텐츠'가 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냥 그 순간의 감정만으로 충분했는데, 이제는 그 감정을 증명할 사진 한 장, 혹은 그 감정을 설명하는 적절한 문장 하나가 필요해진 것 같아요.
이 기록의 습관이 나를 바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건 아닌지, 가끔은 몽롱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 제가 의식적으로 시도해 본 게,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겠다'는 작은 선언 같은 거예요.
예를 들어,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 평소 같으면 '이런 감성적인 햇살 아래서 마신 라테' 같은 문구와 함께 예쁜 각도의 사진을 몇 장 남겼을 텐데, 오늘은 그냥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봤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코를 간지럽히는 흙냄새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셔터 소리나 필터 같은 거친 가공을 거치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하더라고요.
그저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는 것.
그게 저에게는 요즘 가장 사치스러우면서도 가장 필요한 활동이 된 것 같아요.
이 '기록하지 않음'의 연습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기억력에 의존하기보다, 그냥 '느끼는 능력'을 회복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진짜 중요한 건 완벽하게 남기는 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거예요.
디지털 기록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의 감각' 자체에 온전히 머무르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