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주변기기 취향이 바뀌었다는 거, 저만 그래요?
(스펙보다 손맛에 빠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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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스펙'이라는 단어에 완전히 현혹되던 사람이었어요.
최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그 어떤 카메라 센서 크기, 몇 프레임의 주사율, 혹은 몇 개의 AI 기능을 탑재했는지 따지느라 밤을 새우는 것도 일쑤였죠.
친구들끼리 최신형 노트북을 비교할 때도, '이건 램이 32기가라서 그래', '저건 전력 효율이 이렇잖아' 같은 기술 용어들의 향연 속에서 누가 더 '성능 좋은' 사람처럼 보일까 은근히 경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기기가 곧 나를 증명하는 하나의 강력한 아이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마치 최신 기술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소유하는 사람이 가장 트렌디하고 스마트한 사람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 같은 거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허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스펙이 완벽하게 짜여진 기기라도, 막상 손에 쥐고 사용하다 보면 '그래서 내가 이걸로 뭘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막히는 순간들이 오더라고요.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너무 매끄럽고, 너무 '완벽하게' 처리되다 보니, 오히려 그 과정 자체에서 오는 인간적인 만족감이나, 살짝의 '덜컹거림' 같은 것이 그리워지더라고요.
본문 2
결국 제 취향의 중심이 바뀐 건, 기계가 저에게 '노력'을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자동화의 과정이 오히려 저를 지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저항감'을 주는 것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타이핑할 때 키감이 확실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단순한 '입력'을 넘어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스위치가 맞물리는 '리듬감'에 집중하게 됐어요.
아니면 필름 카메라를 다시 만져보는 거예요.
디지털카메라는 버튼 하나로 완벽한 결과물을 뽑아내지만, 필름은 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필름을 얼마나 감아야 하는지, 심지어 현상 과정까지 온전히 나에게 '시간과 주의'를 요구하거든요.
그 과정 자체가 일종의 명상이 되는 느낌을 받아요.
이 모든 '불편함'들이 모여서, 그 기기나 매체와 나 사이에 좀 더 단단하고 따뜻한 물리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건 아닌가 싶어요.
결국 화려한 스펙 시트의 숫자들보다, 손끝에 남는 미세한 떨림이나, 종이 특유의 잉크 냄새 같은 '감각적인 잔향'이 저에게는 훨씬 더 큰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스펙의 완벽함보다는, 손끝에 남는 미세한 저항감과 과정의 리듬감이 진짜 만족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