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이해할 만한 사소한 귀찮음

    ** 이건 왜 이래?
    IT 개발자/덕후만 공감하는 사소한 시스템적 짜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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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복잡한 세상의 사소한 부분들 속에서 나만의 논리적 규칙이나 구조를 발견해내는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일종의 심미적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저희 같은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요, 세상의 모든 것이 일종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기본 전제를 깔고 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비효율적이거나 논리적으로 꼬인 구조를 마주하면 이건 그냥 '짜증'을 넘어선 일종의 '버그 감지' 같은 흥분 상태에 빠지곤 해요.
    예를 들어, 요즘 웹사이트들 보면 정말 기가 막힌 경우가 많잖아요?
    A라는 버튼을 눌렀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감'이 정상적인 흐름인데, 갑자기 팝업창이 떠서 그 팝업창을 닫으려면 또 다른 버튼을 눌러야 하고, 그 버튼은 왜 이 위치에 있는지, 이 기능은 이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 같은 거요.
    마치 개발자가 급하게 코드를 짜다가 주석 처리도 제대로 안 하고, 임시로 덧붙인 로직을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보면 이건 명백한 '예외 처리 미흡'인데, 우리는 그걸 일상생활의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아, 이 페이지는 왜 이 버튼이 저기 있지?

    이 데이터는 왜 여기저기서 다르게 표시되지?' 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저는 머릿속으로 그 페이지의 전체 구조도를 짜보거나, '이건 이렇게 리팩토링 되어야 효율적인데' 같은 가상의 코드를 돌려보는 재미를 느끼는 거예요.

    이게 저희들만의 은밀한 취미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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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짜증남의 영역이 꼭 디지털 화면에 국한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아날로그적이거나, 제도적인 시스템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날 때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관공서 같은 곳에서 서류를 처리할 때요.
    '이 서류는 A 부서의 결재가 필요한데, 그런데 A 부서에서 받은 확인 도장이 B 부서의 결재 서식에 붙여야만 유효한가?'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논리적으로 보면 'A가 B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됨'인데, 물리적인 절차와 형식이라는 장벽 때문에 'A가 B의 서식에 맞춰 다시 서류를 인쇄하고, C에게 가져가서 도장을 받고, 다시 B에게 돌려줘야 함' 같은 비효율적인 댄스를 추게 되잖아요.

    이건 마치,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변수 하나 때문에 무한 루프에 빠진 시스템 같다고요.

    저희는 그걸 보고 '아, 여기 병목 지점(Bottleneck)이 생겼네.
    이 부분을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로 돌리면 되는데...' 하고 머릿속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곤 하죠.

    아니면, 언어 자체의 모호성 같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빠른 시일 내에'라는 표현이 사람마다 느끼는 시간의 간격이 제각각인 것처럼, 명확한 정의(Definition)가 빠져있을 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규칙'과 '구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탐구심에서 오는 만족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복잡한 세상일수록, 그 복잡성 속에서 논리적 일관성을 찾아내려는 욕구가 강하게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결국 우리가 사소한 불편함에서 느끼는 쾌감은, 세상의 모든 것이 명확한 규칙과 구조로 작동할 것이라는 근원적인 기대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