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데이터의 종류가 아닌 '연결 방식'이 병목 지점이다

    솔직히 요즘 AI 관련 발표들 보면 너무 기능 나열식이라 피로하다.
    다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식의 거창한 비전을 쏟아내는데, 결국 우리가 궁금한 건 '내 업무 흐름에 어떻게 붙을 것인가'다.
    이번 발표의 핵심을 관통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기존의 자동화는 이미 정형화된 영역, 즉 CRM이나 ERP처럼 데이터가 규칙적으로 박스 안에 들어오는 업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자동화가 끝난 영역이다.

    이건 이제 '신기한 기술'로 볼 게 아니라, '기본 인프라' 수준으로 자리 잡은 거다.
    진짜 골치 아픈 건 그 틈새, 즉 비정형 데이터가 얽혀 있는 워크플로우다.

    법률 검토라든가, 마케팅 자료를 모아서 기획서를 만드는 과정 같은 것들.
    여기는 A라는 문서의 내용이 B라는 문서의 특정 문장과 연결되고, 그 연결고리를 사람이 해석해야 하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이 '연결고리' 자체를 AI가 얼마나 잘 붙잡고, 맥락을 이해하며 다음 단계로 넘겨주느냐가 현재 산업의 진짜 병목 지점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이런 맥락에서 Box가 내세우는 건 단순히 '똑똑한 검색'이나 '추출 기능'을 넘어선, 일종의 AI 에이전트 운영체제(OS) 레벨의 접근이다.
    이건 특정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워크플로우 전체를 여러 개의 작은 세그먼트로 쪼개고, 각 세그먼트마다 필요한 AI 모듈을 붙여서 마치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구조다.
    즉, AI를 '도구'로 보는 게 아니라, '작업을 수행하는 주체'로 설계하겠다는 거다.

    물론, 현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한계점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AI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검증된 기술 스택 위에서 AI의 능력을 '보강'하고 '관리'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에이전트 OS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평소에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쉽다.

    우리는 자료를 모으고(수집) -> 그 자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분석/추론) -> 그 관계를 바탕으로 다음 액션(실행)을 취한다.
    이 세 단계가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기존 시스템들은 이 연결 과정에서 끊긴다.

    AI 에이전트 OS는 이 끊기는 지점을 찾아내서, '여기서 맥락이 끊겼으니, 이 부분을 AI가 다시 연결해 줄게'라고 개입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계약서 더미를 던져주고 "이 계약서들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조항을 찾아내서, 이전에 우리가 다뤘던 유사 사례와 비교해 줘"라고 명령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히 키워드를 찾는 게 아니라, 법률적 맥락이라는 '규칙'을 이해하고 여러 문서를 교차 검증하는 복잡한 추론 과정을 거친다.

    결국,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AI에게 '어떤 부분에서 막히는지'만 알려주는 수준으로 축소되는 거다.
    이게 시간 절약의 본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중요한 건 '워크플로우의 복잡성'을 얼마나 잘 모델링하고, 그 복잡한 흐름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그리고 높은 신뢰도로 에이전트 단위로 분해할 수 있느냐다.

    당장의 화려한 기능보다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새는 '문서 간의 연결 작업'을 얼마나 매끄럽게 자동화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진짜 승부처가 될 거다.
    AI의 가치는 범용적인 지능 자체보다, 복잡하게 얽힌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맥락적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실행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