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 쌓기가 끝났을 때, 우리에게 남는 건 '나'라는 경험의 조각들이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스펙 쌓기가 끝났을 때, 우리에게 남는 건 '나'라는 경험의 조각들이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비교해보면, 정말 삶의 가치관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뭘 해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공식 같은 게 있었잖아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직해서, 어느 정도의 자산을 쌓는 것.

    마치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정해진 레벨업 루트가 있는 것처럼, 스펙이라는 게 일종의 필수 아이템처럼 여겨졌었죠.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증명'을 했는지가 곧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어릴 적부터 우리 주변의 어른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거 같아요.

    마치 졸업장 한 장, 혹은 연봉 액수 하나가 그 사람의 존재 이유를 대신해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공기처럼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저 높은 곳의 기준점에 자신을 맞추려고, 마치 끝없는 계단을 오르듯 살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경제적 변동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 '정답'이라는 게 사실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가장 불안해하고, 동시에 가장 갈망하는 건, 그 어떤 외부적인 기준점이나 타인의 인정으로 채워지는 '가짜 만족감'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같은, 그 주관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경험의 조각들이 나를 단단하게 채워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남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일지 모르는 취미 생활이나, 계획에 없던 장거리 여행지에서 겪는 예측 불가능한 순간들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경험들은 점수로 환산할 수 없잖아요.
    그저 '나'라는 존재가 그 상황을 통과했다는 살아있는 증명만 남길 뿐이죠.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을 발견했는지'에 더 많은 의미를 두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는 이제 '소유'의 시대에서 '경험'이라는 가장 사적인 자원을 소비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학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결국 스펙이라는 외부의 기준보다,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경험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