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기기 취향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변한 걸까? 본문1 요즘 들어 문득문득 느끼는 건데,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예요. 제가 물건을 고를 때의 기준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주변기기 취향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변한 걸까?

    요즘 들어 문득문득 느끼는 건데,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예요.

    제가 물건을 고를 때의 기준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성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완전히 압도당했었죠.
    예를 들어, 무선 이어폰을 고를 때면 무조건 '최신 코덱 지원 여부', '최대 지연 시간', '배터리 용량' 같은 스펙 시트의 숫자들이 저의 판단 기준을 지배했어요.

    어떤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몇 퍼센트 더 좋다'는 수치적 우위만으로도 구매를 결정할 정도였으니까요.
    마치 IT 기기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사양 비교표를 들여다보는 게 일종의 지적 유희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최신 칩셋이 탑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업그레이드'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거겠죠.
    주변의 친구들이나 커뮤니티에서도 늘 '이거 써봤어?

    이거 쓰면 끝장이야'라며 가장 빠르거나, 가장 많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추천받는 게 당연한 흐름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오직 객관적인 수치와 논리적인 우위를 따지면서, 저는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더 나은 성능'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만 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막상 물건을 사용해 보면서 느끼는 건, 결국 그 모든 스펙의 우위가 제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려 주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오히려 제가 요즘 끌리는 건, 그 '만져지는 느낌'이나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감각적인 완성도' 같은 영역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메라를 고를 때도, 이제는 '메가픽셀 수'를 따지기보다 그 카메라가 어떤 재질의 바디에 담겨 있는지, 버튼을 누를 때의 그 미세한 '딸깍'하는 촉감, 혹은 빛을 받았을 때의 마감 처리 같은 아날로그적인 감각에 더 마음이 끌려요.
    헤드폰도 마찬가지예요.
    최고 음질이라는 수치보다, 이어컵을 귀에 꽂았을 때 느껴지는 밀폐감의 적절한 압력이나, 오랫동안 착용했을 때 귀에 부담이 가지 않는 무게 배분 같은 '사용자 경험'의 영역이 훨씬 중요해진 거죠.
    결국 사물에 대한 애정이라는 게,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최고 성능의 증명보다는, 그 사물이 내 일상이라는 공간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녹아드는가 하는 '감각적인 조화'에서 오는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마치 잘 짜인 음악이 듣는 사람의 기분을 건드리듯, 물건도 결국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매개체였던 것 같아요.
    결국 사물에 대한 애정은 성능의 증명보다는 감각적인 완성도에서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