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성능보다 나에게 맞는 '속도'가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주변 친구들이나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새로운 전자기기나 장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잖아요.

    최고의 성능보다 나에게 맞는 '속도'가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주변 친구들이나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새로운 전자기기나 장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잖아요.
    다들 '이거 사야 돼', '이거가 업계 표준이야', 하면서 마치 사양이 높을수록, 기능이 많을수록 무조건 더 좋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에요.

    저도 처음 이쪽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그랬어요.
    '최신 프로세서', '최대 해상도', '전문가용' 같은 단어들이 저를 끊임없이 자극했죠.
    저도 모르게 '나도 저 정도는 갖춰야 전문가 같을 거야'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거대한 장비들을 눈으로만 탐색하는 시간이 꽤 길었어요.

    그러다 문득, 막상 그걸 들고 와서 제대로 써보려고 하니, 그 복잡함 자체가 저를 가장 지치게 만들더라고요.
    수많은 메뉴와 설정값들 사이에서 뭘 건드려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본질적인 작업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느낀 건, 기술의 발전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거였어요.
    마치 너무 화려한 외장지에 감싸인 보석처럼, 그 포장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오히려 내용물에 가려져 버리는 느낌이랄까요.

    결국 제가 깨달은 건, '최고'라는 기준 자체가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어떤 작업이나 취미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기기의 스펙 시트 마지막 줄에 적힌 숫자 같은 게 아니라, 내가 이 장비를 만졌을 때 '아, 이건 정말 편하네', '이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네' 싶은 그 지점의 '흐름(Flow)'이거든요.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정말 최고급의 만년필을 사면, 그 필기감이 주는 무게감이나 잉크의 깊이에 감탄하느라 문장 구성을 놓치기 일쑤예요.
    오히려 너무 가볍고, 심지어 디자인적으로는 투박해 보이더라도, 손에 쥐는 순간 그 무게감과 필압이 딱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에 맞춰져 있는 펜이 있더라고요.

    그 펜은 나에게 '이걸 써야 해'라는 의무감 대신, '그냥 이대로 써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주었어요.
    이 사소한 감각적 만족감이, 결국 내가 지속적으로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인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저는 '최적화'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게 됐어요.
    사람들은 보통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적화라고 생각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나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여, 내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지점'을 찾는 것이 진정한 최적화더라고요.
    예를 들어, 운동 장비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성능 좋은 러닝머신을 사면, 매번 사용법을 익히고, 전원 켜고, 다양한 모드를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운동의 일부가 되어버리죠.

    하지만 그냥 동네 공원 한 바퀴를 천천히 돌거나, 가벼운 트레드밀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그 '덜 복잡하고, 덜 신경 쓰이는' 상태가 주는 정신적 여유가, 값비싼 장비가 주는 일시적인 '와우(Wow)'함보다 훨씬 오래가고 깊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완벽함 자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편안함이 아닐까 싶어요.

    최고의 도구란, 나에게 가장 적은 심리적 저항을 주는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