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술계의 대화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생성형 AI의 위험성'이라는 것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다.
유럽 소비자 단체들이 나서는 논의의 핵심은 명확하다.
ChatGPT 같은 도구들이 가져다준 무한한 가능성 이면에는, 사용자를 속이거나 조작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허위 정보의 범람, 기존 사회의 편견을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적 차별, 그리고 사기 수단으로의 악용 가능성까지, 마치 모든 소비자 피해가 'AI의 잘못'인 것처럼 프레임이 짜여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법적, 윤리적 안전장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 논의가 너무나도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AI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만 규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거대 모델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투명성, 즉 '블랙박스' 문제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핵심 시스템을 외부 검토로부터 차단하는 행태는, 기술적 안전성 논의를 공론의 장에서 영원히 배제시키려는 구조적 방어기제처럼 보인다.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우리는 시스템 자체의 작동 원리나 데이터 수집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투명성 요구를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논의의 지향점이 '소비자 보호'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개인의 금전적 피해나 정보 오용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AI가 야기하는 위험은 단순히 '개인적 사기'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회 시스템 전반의 신뢰 구조를 흔드는 문제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특정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적 견해나 경제적 흐름에 대한 정보 접근 자체를 은밀하게 제한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사실'처럼 포장하여 대규모로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은, 단순한 '정보 오류'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시장의 공정 경쟁 원칙이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교란하는 행위다.
규제 당국이 지금부터 만들어낼 프레임워크가 과연 이러한 '구조적 왜곡'까지 포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법적, 윤리적 경계를 밀어붙이는데, 규제가 너무 '소비자 중심'이라는 렌즈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AI가 가져올 다음 단계의 패러다임 전환, 즉 산업 구조 자체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권력 불균형을 간과하게 될 위험이 크다.
규제는 항상 '사후 대응'의 성격을 띠기 마련이며, 이 속도감 있는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후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AI 규제 논의는 개별 피해 구제에 매몰되어, 기술이 야기하는 시스템적 권력 구조의 재편이라는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