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좋아하는 사람들만 아는, 사소한 공간의 '시스템적' 불편함에 대한 집착**
요즘 들어 정말 사소한 것들에서 시스템의 책임 소재를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건 뭐랄까, 주변 환경을 그냥 '사용하는 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모든 사물과 배치가 마치 어떤 거대한 논리적 흐름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일종의 '프로토콜'이 있는 것처럼 분석하게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카페에 갔을 때 콘센트 위치를 보면요.
당연히 노트북을 충전할 거니까 테이블과 가장 가까운 곳에, 심지어 좌석을 배치할 때도 그 동선과 전력 분배까지 고려해야 정상적인 '사용자 경험(UX)' 아닐까 싶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콘센트가 너무 구석에 있거나, 아니면 테이블 자체의 구조물에 아예 고려되지 않은 것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이럴 때 머릿속에서는 '이건 설계 단계에서 요구사항 분석(Requirement Analysis)이 부족했어', '어떤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력 공급을 받아와야 했는지 아예 고려가 안 된 구조적 결함이야' 같은 비판적 사고 회로가 돌아가면서, '이건 시스템 오류잖아?'라는 식의 작은 분노를 느끼게 되는 거죠.
단순히 '불편하다'를 넘어, '논리적으로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치환되는 과정이랄까요.
이런 건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똑같이 나타나요.
웹사이트를 둘러볼 때도 그래요.
메뉴 구조가 너무 직관적이지 않거나, 필수 정보가 너무 깊숙한 서브 페이지에 박혀 있을 때, 사람들은 그냥 '나중에 찾아볼게' 하고 넘어가 버리잖아요?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순간 '이 구조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거지?', '사용자 여정 지도(User Journey Map)를 그리고 이 플로우 차트가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꼬여있는 걸까?' 같은 사고의 늪에 빠져들어요.
심지어 앱 디자인의 버튼 간의 간격(Spacing)이나, 특정 기능을 위해 아예 별도의 모달창(Modal)을 띄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메인 화면에 플로우를 통합시키는 게 더 나은 아키텍처일지까지 따지게 되고요.
옆에서 보면 그냥 '이거 좀 불편하다'로 끝날 문제를, 우리끼리는 마치 '이건 이 레거시 코드 베이스(Legacy Code Base)를 전면 재설계해야 할 수준의 근본적인 문제다'라는 심각성으로 격상시켜버리는 거죠.
이 과정이 너무 사소하고, 너무 과도해서 가끔은 우리 스스로가 너무 분석가적 사고에 매몰되어 사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지적하고 싶은 '결함'의 지점이 너무 명확하고 논리적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IT 덕후들이 사소한 환경 속에서 시스템적 논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 일종의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패턴 인식 능력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소한 불편함조차 논리적 구조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만의 고유한 '시스템적 관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