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살 때,
가장 먼저 스펙표를 들여다보는 게 당연했잖아요.
CPU 몇 개, 배터리 몇 시간, 화질 몇 메가픽셀 같은 것들이
우리가 '좋은 물건'의 기준이었죠.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성능은 이미 기본으로 갖추고 태어난 듯한 제품들이 많아졌고,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의 주제가 점점 '이게 얼마나 좋은가'보다는
'이걸로 뭘 할 수 있는가', '이걸 쓰면 어떤 느낌인가'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이게 단순히 마케팅의 변화인지, 아니면 우리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단순한 정보의 나열(사양)보다는, 그 정보가 실제 삶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경험)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거겠죠.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빨라지다 보니, '최신 사양'이라는 것이 금세 구식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지속 가능한 가치'나 '개인의 경험 확장' 같은, 좀 더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영역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닐까 싶어요.
기술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편리함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주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기인 것 같아요.
기술의 발전은 결국 사양의 경쟁보다 사용자의 삶과 경험의 질을 향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