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가 무색해지는 요즘, 결국 '나만의 이야기'가 가장 큰 무기가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요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아요.
예전에는 학벌이나 자격증 목록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시대가 아니었나요?
마치 스펙이라는 일종의 안전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안전망이 점점 얇아지거나, 아니면 아예 구조 자체가 바뀌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취업 면접을 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사 담당자분들이 '이력서의 이 항목은요?'라고 묻기보다는,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본인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같은 경험 기반의 질문을 던지시는 경우가 대다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이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해서 말로 풀어내는 게 마치 고대 신화 속 영웅이 된 기분이랄까요?
그냥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막연했던 어려움들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꽤 큰 에너지가 소모되더라고요.
단순히 '이걸 했다'를 넘어서,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음에는 저런 식으로 대처할 것 같다'라는 일련의 사유 과정 전체를 보여줘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이러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파고들게 되고, 내가 정말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 건지 스스로도 다시 정의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흐름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문제 해결 능력'과 '적응력'이 아닐까 싶어요.
기업이나 조직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차 있는 시대잖아요.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된 교과 과정이나 이론적인 지식도, 막상 현장에 투입됐을 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만나면 그 지식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 보여요.
그때 빛을 발하는 건, 어쩌면 학창 시절의 성적표에는 절대로 찍히지 않는, 실패의 경험들, 혹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던 그 과정의 디테일들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가 엉망진창으로 끝나서 모두가 좌절했을 때, 그 와중에 제가 맡아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던 사소한 아이디어나, 혹은 제가 원치 않았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발견했던 경험 같은 것들이요.
이런 '나만의 녹아든 경험'들은 일종의 나만의 고유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버전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단순히 'A 학점을 받았습니다'라는 정적인 결과물보다는, 'B라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저는 이렇게 사고방식을 전환하여 C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라는 동적인 스토리텔링이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는 거죠.
결국 요즘의 세상은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증명이 더 중요해진 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지식의 총량이 아니라, 그 지식을 활용해 난관을 헤쳐나간 '과정의 서사'를 가장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