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이랬는데... 너무 완벽해진 것들이 주는 묘한 공허함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예전엔 이랬는데...
    너무 완벽해진 것들이 주는 묘한 공허함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뭔가 기술이 발전하고, 서비스들이 너무 '최적화'되어 버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사는 재미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뭔가 삐걱거리거나, 설정을 만지다가 '이건 왜 이래?' 싶은 지점에서 오는 일종의 발견의 즐거움이 있었잖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 쓰던 프로그램이나 게임 같은 거 말이에요.

    지금은 너무 매끈하게 돌아가서, '아, 이게 이렇게 작동하는구나' 하고 설명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잖아요.

    그때는 그 매끄러움 자체가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막 여기저기 설정을 건드려보고, 이 값을 이렇게 바꿔봤더니 갑자기 저 부분이 터지기도 하고, 아니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어?

    이게 되네?' 싶은 순간들이 생기곤 했거든요.
    그 불완전한 과정 속에서 내가 직접 뭔가 개입했다는 만족감, 일종의 '만들었다'는 오만함 같은 게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아예 배제된 느낌을 받아요.
    모든 게 너무 깔끔하게 포장되어 나와서,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 잘 알고 해요.

    오류가 적고, 빠르고, 직관적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발전이니까요.
    하지만 그 안정성이라는 거대한 장막 뒤에 숨겨진, '이건 원래 이렇게 작동하는 게 아닐 텐데?' 싶은 아날로그적인 묘미나, 개발자들끼리만 아는 그런 '트릭' 같은 재미가 사라진 건 아닌가 싶어서 씁쓸할 때가 많아요.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립해하는 건 단순히 '버그' 같은 게 아니라, 일종의 '창조적 마찰(Creative Friction)'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부드럽게 흘러가니까, 뇌가 자극받는 지점이 줄어드는 느낌?

    마치 너무 완벽하게 정돈된 미술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기분이랄까요.
    모든 작품이 너무 완벽하게 완성된 상태로 걸려있어서, 내가 직접 붓질을 해보거나, 재료를 섞어보면서 생기는 그 예측 불가능한 얼룩이나 덧칠의 흔적 같은 게 아예 감상할 수 없는 거예요.
    예전의 시스템들은 그런 '흔적'을 남겼거든요.
    내가 건드린 부분, 내가 임시로 붙인 패치 같은 것들이 일종의 시간의 기록처럼 남아있었잖아요.

    요즘의 완벽한 최적화는 일종의 '역사 삭제' 작업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물론 이건 너무 주관적인 감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안정성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왔던 그 엉망진창이고, 투박하고, 실수투성이였던 과정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가 '완벽함'이라는 단어에 너무 갇혀서, '그냥 이렇게도 괜찮은데?'라는 질문을 던지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최고의 안정성 뒤에는, 그 과정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인간적인 발견의 즐거움이 숨어 있다.